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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를 준비하려는데, 남친이 자기 한국 주민등록번호를 몰랐다

by 클로이와아폴로 2026. 9. 25.

F-4라는 비자를 찾았을 때는 이제 필요한 서류만 준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비자를 알아봐야 하는지도 모르던 때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그런데 서류를 준비하려고 보니 예상하지 못한 데서 막혔다.

남자친구가 자기 한국 주민등록번호를 몰랐다. 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한테 한국 주민등록번호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상태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다. 한국에서 서류를 떼려면 당연히 본인의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주민등록번호도 모르는데 서류를 찾을 수는 있는 건가?’

비자를 찾고 나서 잠깐 마음이 놓였는데, 또 모르는 문제가 나온 거다.

일곱 살에 떠났으니 모를 만도 했다

생각해 보면 남자친구가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남자친구는 일곱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 뒤로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하고, 미국 시민권도 받았다. 한국에서 자기 이름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할 일이 거의 없었던 거다.

나는 한국에서 자랐으니까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는 게 너무 당연했다. 그런데 남자친구에게는 그게 당연하지 않았다. 일곱 살 때 떠난 나라의 서류를 성인이 돼서 직접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모르겠는데?” 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한국에서 태어났던 기록과 지금의 남자친구를 연결할 수 있는 서류를 찾아야 했다.

결국 남자친구 부모님께 연락했다. 남자친구의 정보뿐 아니라 부모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도 물어보게 됐다.

남자친구 비자를 준비하는 건데 부모님 정보까지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남자친구 여권이랑 미국 서류를 챙기면 되는 건가 싶었는데, 어느새 가족의 예전 한국 기록을 찾고 있었다.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떼는 것도 처음부터 하나씩

그때 남자친구 아버지는 미국 영주권자였고, 어머니는 미국 시민권자였다. 부모님의 상황도 서로 달라서, 누구의 정보로 어떤 기록을 찾아야 하는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우리는 아버지 쪽 정보로 확인하고 발급받은 서류도 있었다. 다만 당시 떼었던 서류의 정확한 명칭은 지금 기억이 조금 흐릿하다. 제적등본이었는지, 가족관계와 관련된 다른 서류였는지, 그때도 이름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헷갈렸다.

그래서 이 경험을 두고 “F-4를 준비할 때는 부모님 정보로 이 서류를 떼면 된다”고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정은, 남자친구 본인이 모르는 정보를 부모님께 확인하고 그 정보를 가지고 주민센터에서 필요한 기록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그렇게 주민센터에서 세 종류 정도의 서류를 발급받았다.

서류를 받기 전까지는 남자친구가 번호도 모르는데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부모님께 물어보고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막연하게 느껴졌던 일이 조금씩 진행되기는 했다.

돌아보면 번거로웠던 건 서류를 출력해서 받는 순간보다 그 전이었다. 무슨 정보가 필요한지 모르니 물어봐야 했고, 물어보려면 누구에게 확인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했다. 내가 아는 한국 행정 업무와 남자친구가 해야 하는 일이 꼭 같지도 않았다.

나는 한국 사람이니 옆에서 도와주면 금방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게 많아서 같이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주민등록번호를 모른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하지만 준비하다 보니, 오랫동안 한국 밖에서 살았던 사람에게 내가 당연하게 아는 것들을 똑같이 기대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어쨌든 한국 쪽 서류는 조금씩 모였다. 아무것도 못 찾으면 어쩌나 했는데, 발급받은 종이들이 손에 들어오니 그제야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남자친구에게는 또 하나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한국에서 쓰던 이름과 미국에서 쓰는 이름이 달랐다. 한국 기록을 찾는 것에 더해, 그 기록 속 사람과 지금 미국 여권을 가진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도 연결해야 했다.

미국에서 시민권 증서와 이름 변경 서류를 미리 챙겨온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