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비자를 준비하면서 미국에서 한국으로 받아야 할 서류가 있었다. FBI 범죄경력증명서 관련 서류였다. Monument Visa라는 대행업체를 이용했고, 비용도 몇백 달러 정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진행하고 한국에서 서류를 기다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전체적으로 한 8주쯤 기다렸던 것 같다. 거의 두 달이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준비해서 보내는 서류니까 시간이 걸리나 보다 했다. 그런데 계속 안 오니까 이상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FedEx 배송 조회를 해봤다.
서류는 이미 한국에 와 있었다. 인천공항 쪽에서 멈춰 있었다.
그걸 보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한국까지 왔는데 왜 우리한테 안 오는 거지?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서류는 가까운 곳에 와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거다.
먼저 조회해 보지 않았으면 계속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는 건, 먼저 연락을 받고 상황을 알게 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너무 오래 안 온다고 생각해서 배송 조회를 했고, 멈춰 있는 걸 확인한 뒤 연락했다.
그 과정에서 무슨 서류인지 설명하는 통화도 했다. 어떤 서류냐고 물어봐서, 우리가 받으려는 서류가 무엇인지 이야기해야 했다.
정확히 어느 부서와 통화했는지, 어떤 사유로 배송이 멈췄는지까지는 지금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그래서 통관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특정 서류가 빠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화하면서 들었던 말 하나는 기억난다.
일주일 정도만 더 늦게 연락했으면 서류가 반송될 뻔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정말 놀랐다. 지문 등록부터 서류 처리까지 거치고, 비용을 내고, 두 달 가까이 기다린 서류였다. 그런데 한국까지 도착해 놓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니.
배송 조회를 안 하고 며칠 더 기다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었다. 이미 오래 기다린 상태였으니, 그때도 그냥 ‘해외 서류라 늦나 보다’ 하고 넘겼을 수 있었다.
우리가 직접 확인한 게 다행이었다.
두 달을 기다렸다고, 두 달 내내 배송 중이었던 건 아니었다
당시에는 그냥 서류가 안 온다는 것만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니 준비와 처리에 걸린 시간, 이동한 시간, 도착한 뒤 멈춰 있던 시간을 구분해서 봤어야 했다.
내가 기억하는 약 8주는 전체 기다린 시간이다. 그 기간 내내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천공항에 두 달 동안 있었다는 뜻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중간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는 거다.
배송 조회를 해보니 적어도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걸 알아야 어디에 문의할지 찾아보고, 왜 더 움직이지 않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그냥 도착만 기다리고 있을 때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결국 서류는 반송되지 않고 받을 수 있었다. 다행이었지만, 받고 나서도 ‘조금만 늦었으면 다시 미국으로 갈 뻔했다’는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이 일 이후로 중요한 서류를 받을 때는 발송됐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을 놓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다음 절차에 꼭 필요한 서류라면, 오래 안 올 때 직접 배송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거창한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니다. 우리도 너무 안 와서 조회해 보고 연락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확인 한 번이 서류를 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막아줬다.
F-4를 준비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한국까지 온 서류를 못 받을 뻔한 건 그중에서도 유난히 아찔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