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알뜰폰을 신청했는데, 이번에는 ‘다회선’에 막혔다
남자친구의 휴대폰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기까지 꽤 돌아왔다.
처음에는 본인인증이 안 돼서 은행에 갔다. 계좌를 만들고 집에서 인증서를 발급받으려니 휴대폰이 필요했다. 결국 KT 대리점에서 번호를 먼저 만들었다. 그다음에는 은행과 통신사에 등록된 이름의 띄어쓰기가 달라서 은행에 다시 갔다.
그렇게 이름을 수정하고 공동인증서까지 받았다.
이제 우리가 원래 하려던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렴한 알뜰폰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알닷이라는 플랫폼에서 요금제를 찾아봤고, 당시 올라와 있던 T플러스의 10원짜리 요금제를 선택했다. 지금 판매 중인 요금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그때 신청했던 상품이다.
신청하고 나서 유심도 받았다.
이번에는 실제로 유심이 손에 들어오니까 거의 다 된 것 같았다. 휴대폰 번호도 있고, 인증서도 있고, 이제 유심을 개통하면 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런데 개통 버튼을 누르니 또 안 됐다.
화면에 ‘다회선’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회선은 개통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안내였다.
알뜰폰을 만들려고 먼저 개통한 번호인데
당시 우리가 이해한 건, 이미 KT에서 개통한 회선이 있어서 이번 개통이 막혔다는 것이었다.
그게 정말 황당했다.
처음부터 휴대폰 번호를 여러 개 만들어 쓰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알뜰폰을 신청하려는데 인증이 안 되니까,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KT 대리점에 가서 번호를 만든 거였다.
그런데 앞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번호가 이번에는 개통을 막는 이유처럼 보였다.
휴대폰이 없을 때는 없어서 안 되더니, 이제는 이미 회선이 있어서 안 된다는 건가 싶었다.
물론 정확히 어떤 가입 조건이나 개통 제한에 걸렸던 것인지는 당시 신청 내역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화면에서 봤던 ‘다회선’이라는 안내와 우리가 이해한 원인만으로, 외국인은 기존 회선이 있으면 알뜰폰을 만들 수 없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그때의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막힌 화면이었다.
유심을 받았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유심까지 왔으니 더 허탈했다. 신청하는 중에 바로 안 된다고 나왔으면 그 단계에서 멈췄을 텐데, 우리는 유심을 받고 개통을 시도한 뒤에야 막혔다.
내가 생각했던 순서는 단순했다. 요금제를 고르고, 신청하고, 유심을 받아서 개통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신청과 개통은 달랐다. 유심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은 아니었다.
10원이라는 요금이 눈에 들어와서 신청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어려운 건 가격을 비교하는 일이 아니었다. 남자친구 명의로 가입하고 인증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일이었다.
처음 알뜰폰을 알아볼 때만 해도 이렇게 여러 곳을 오갈 줄은 몰랐다. 은행 계좌를 만들고, KT에서 번호를 개통하고, 이름의 공백을 수정하고, 다시 알뜰폰을 신청했다.
각각의 일은 하나씩 처리했다. 그런데 하나가 끝나면 다음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나왔다. 그래서 더 지쳤던 것 같다. 어디까지 하면 끝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글에서 그 뒤에 어떻게 해결했는지까지 이어 쓰고 싶지만, 그 부분은 당시 기록과 기억을 더 확인해야 한다. 적어도 여기까지 분명히 기억나는 건, 유심을 받고 개통 버튼까지 눌렀는데 ‘다회선’ 안내에 다시 막혔다는 것이다.
남자친구와 한국에서 살아보면서 비자나 거주증처럼 큰 절차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생활을 시작하니 휴대폰 하나 만드는 과정도 만만하지 않았다.
10원짜리 요금제를 골랐던 기억보다, 개통 버튼을 누르고 또 안 된다는 화면을 봤던 기억이 훨씬 진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