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있어야 본인인증을 하고, 본인인증을 해야 휴대폰을 만든다고?
남자친구의 거주증을 받고 나서 한국 휴대폰 번호를 만들려고 했다.
비자 서류도 준비했고, 출입국에 가서 접수도 했고, 한 달 반 정도 기다려 거주증까지 받았다. 이제 휴대폰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알뜰폰을 알아보다가 본인인증에서 막혔다.
휴대폰을 개통하려면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데, 그 본인인증을 하려니 휴대폰이 필요했다.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게 바로 그 휴대폰 번호인데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방법을 잘못 찾았나 싶었다. 한국에 처음 와서 번호를 만드는 사람도 있을 텐데, 기존 번호가 있어야 한다니 이해가 안 됐다.
그때부터 휴대폰 하나 만들려고 은행과 통신사를 오가기 시작했다.
은행에 가면 해결될 줄 알았다
알아보던 중에 KB국민은행 쪽으로 진행하면 알뜰폰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은행에 갔다.
우리가 당시 알아본 개통 과정에서는 공동인증서를 이용한 인증 방법이 있었다.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고 인증서를 발급받으면 그걸로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친구 이름으로 계좌를 열었다. 은행에서는 이후 인증서 발급을 집에서 앱으로 진행하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일이 풀리는 것 같았다. 계좌도 만들었고, 이제 집에서 마무리하면 되겠구나 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앱으로 진행하니 휴대폰 본인인증이 나왔다.
아니, 휴대폰이 없어서 은행에 다녀온 건데.
우리가 이해한 순서는 이랬다. 알뜰폰을 만들려면 인증서가 필요하고, 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휴대폰 본인인증을 해야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에게는 그 인증을 할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었다.
한 군데에서 막혀서 다른 방법을 찾았는데, 그쪽으로 가도 결국 처음 막혔던 곳으로 돌아왔다.
계좌까지 만들고 집에 왔으니 이제 될 줄 알았는데 다시 휴대폰 번호를 요구하니까 정말 답답했다. 설명을 들을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일이 직접 해보면 안 됐다.
이건 당시 우리가 선택한 은행 앱과 개통 경로에서 겪은 일이다. 모든 은행이나 통신사가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때의 우리는 가능한 방법을 하나씩 찾아서 시도하고 있었고, 그 방법들이 계속 같은 문제로 막혔다.
결국 KT 대리점에 갔다
앱에서 계속 시도한다고 없는 번호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일단 남자친구 이름으로 한국 휴대폰 번호부터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KT 대리점에 갔다.
처음부터 KT를 계속 이용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우리는 통신비를 아끼려고 알뜰폰을 알아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알뜰폰을 신청하는 단계에서 인증이 안 되니, 우선 대리점에서 번호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렇게 KT에서 남자친구 명의의 번호를 개통했다. 일단 번호를 만든 뒤, 필요한 인증을 해결하고 저렴한 알뜰폰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처음 생각했던 순서와는 달라졌다. 저렴한 요금제를 골라서 바로 개통하면 될 줄 알았는데, 우리가 실제로 한 일은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고, 집에서 앱을 시도하고, 다시 통신사 대리점에 가는 것이었다.
휴대폰 개통을 하다가 은행 계좌부터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 사람인 나도 같이 헤맸다
나는 한국에서 휴대폰 본인인증을 할 때 그 과정 자체를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이름의 번호가 있으니까 필요한 정보를 넣고 인증하면 됐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그 시작점이 없었다.
번호가 있는 상태에서 이용하는 절차는 익숙했지만, 번호가 전혀 없는 사람이 처음 들어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도 몰랐다. 한국 사람이 옆에서 도와주면 금방 끝날 것 같았는데, 나도 같이 막혔다.
남자친구가 누구인지 확인할 서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거주증도 받았고 은행 계좌도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용하려는 온라인 절차에서는 그것만으로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었다.
결국 대리점에서 번호를 만든 뒤에야 휴대폰이 없어서 못 하던 일을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됐다.
그때는 이제 공동인증서도 발급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인증할 번호는 생겼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나왔다. 은행에 등록된 이름과 휴대폰에 등록된 이름 사이에 띄어쓰기 차이가 있었다.
번호 하나 만들고 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우리는 또 은행에 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