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래 지내려고, 나는 괌에서 서류를 보내고 뉴욕에서 지문을 찍었다
남자친구와 한국에서 살아보려고 준비하면서 남자친구의 F-4 비자만 챙긴 건 아니었다. 미국 영주권자인 나도 준비할 일이 있었다.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에 들어와 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에 오래 머물 계획이었으니, 미국 쪽 절차도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재입국허가서, 흔히 리엔트리 퍼밋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신청할 때 사용하는 서류가 I-131이었다.
재입국허가서는 신청할 때 미국 안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USCIS도 신청 시 미국 내에 실제로 체류하고 있어야 한다고 안내한다. 그래서 당시 한국에 있던 나는 신청을 위해 괌에 가기로 했다. USCIS 신청 안내
그런데 서류 하나 보내러 괌까지 가기에는 좀 아깝지 않나 싶었다.
가는 김에 엄마랑 여행도 하면 좋겠다 싶어서, 3월에 엄마와 함께 괌으로 갔다. 당시 남자친구는 방콕에 있었고, 나는 한국에 있던 때였다.
우체국에 갔는데 카드가 안 된다고 했다
괌에서는 준비해 간 신청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려고 했다. 우체국에서 보내면 된다고 알아보고 갔으니, 발송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창구에서 결제하려고 하니 카드가 안 되고 현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날 내가 하려던 업무에서 그런 안내를 받은 것이다. 괌 우체국의 모든 결제가 현금만 된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나는 그 자리에서 카드로 처리할 수가 없었다.
우체국이 있던 사거리 건너편에 주유소가 보였다. ATM이 있어서 거기로 갔다. 현금을 뽑아서 다시 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금 인출이 안 됐다.
그때 카드를 한 장만 가지고 갔는데, 그 카드로는 해당 ATM에서 돈을 뽑을 수가 없었다. 결제하려니 현금이 필요하고, 현금을 뽑으려니 카드가 안 됐다.
한국에서 괌까지 서류를 보내러 왔는데, 정작 우체국 앞에서 결제 때문에 막힌 거다.
그제야 택시 기사님 말이 생각났다
괌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 두짓타니 호텔로 갈 때 한국인 기사님이 운전하는 택시를 탔다.
그때 기사님이 서류를 보낼 수 있는 다른 곳을 알려주셨다. 우체국까지 가지 않아도 그곳에서 우편을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는 괌을 잘 모르기도 했고, 중요한 신청 서류니까 그냥 우체국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기사님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우체국을 찾아간 것이다.
현금을 못 뽑고 나니 그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기사님이 알려주신 곳으로 갔다. 업체 이름은 지금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우편 발송을 처리해 주는 곳이었다.
가보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분도 계셨다. 설명하기가 훨씬 편했고, 카드 결제도 가능했다. 그곳에서 결제하고 서류 발송을 맡길 수 있었다.
그때는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준비해 온 서류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결제 수단 때문에 못 보내고 돌아갈 뻔했으니까.
기사님 말을 처음부터 들었으면 덜 돌아다녔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결국 보냈으니 됐다.
해야 할 일을 마친 뒤에는 괌에서 며칠 더 머물면서 엄마와 여행했다. 서류 때문에 잡은 일정이었지만 엄마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신청만 하고 바로 돌아오는 것보다는 좋았다.
생일 무렵에는 지문을 찍으러 뉴욕에 갔다
서류를 보낸 뒤에는 지문 촬영 안내를 기다렸다.
안내가 온 건 4월 말이었다. 내 생일이 4월 28일이라 그 무렵이었다는 건 기억난다. 날짜는 아마 4월 25일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남자친구가 뉴욕에 있었고, 남자친구가 안내 우편을 받았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바로 뉴욕으로 이동했다. 예약된 날짜에 맞춰 지문을 찍어야 했다.
지문 촬영 장소는 롱아일랜드시티에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어서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면서는 오래 기다릴 줄 알았다. 나는 미국에서 행정 업무를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인상이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기다릴 생각을 하고 갔다.
그런데 의외로 빨리 끝났다.
예약이 되어 있었고, 안에서도 많이 기다리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대기 시간이 30분도 안 됐던 것 같다. 정확히 시간을 재지는 않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수월했다.
괌에서는 서류를 보내려고 우체국과 ATM을 오갔는데, 뉴욕에서 지문을 찍는 일은 오히려 간단하게 끝났다. 어떤 단계에서 시간이 걸릴지는 직접 해보기 전까지 모르겠더라.
지문 촬영을 마치고 남자친구와 한국으로 왔다
뉴욕에 간 김에 남자친구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남자친구 가족들은 뉴욕에 계셨고, 우리는 일주일 정도 함께 지냈다.
그리고 5월 초에 남자친구와 같이 한국에 들어왔다. 정확히 1일이었는지, 2일이나 3일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그 무렵이었다.
3월에는 엄마와 괌에 가서 신청 서류를 보냈고, 4월 말에는 뉴욕에서 지문을 찍었다. 그 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5월 초에 둘이 한국으로 온 것이다.
다만 지문 촬영을 마친 것과 재입국허가서 승인은 별개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결과는 기다리고 있다. 내가 다녀온 과정은 신청 서류 발송과 지문 촬영까지다.
한국에서 같이 살기로 했지만, 두 사람이 준비해야 하는 일은 달랐다. 남자친구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한국에서 지낼 자격을 준비해야 했고, 나는 미국 영주권자로서 장기간 해외에 머물 계획에 맞춰 미국 쪽 절차를 챙겼다.
돌아보면 그 준비 사이에 엄마와의 괌 여행도 있었고, 뉴욕에서 남자친구 가족들과 보낸 시간도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I-131은 신청서 이름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괌 우체국 건너편에서 현금을 못 뽑았던 일, 결국 한국말이 통하는 곳에서 서류를 보냈던 일, 예상보다 금방 끝난 뉴욕의 지문 촬영이 같이 떠오른다.
그렇게 내 쪽 준비도 하나씩 진행하면서, 남자친구와 한국에서 지내기 위한 일정을 맞춰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