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한가득 들고 인천 출입국에 갔다
남자친구의 F-4 신청을 준비하면서 모은 서류를 들고 드디어 출입국에 갔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할 일이 많았다. 남자친구의 옛 한국 기록을 찾으려고 부모님께 정보를 물어봤고,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발급받았다. 미국에서 챙겨온 시민권 증서와 이름 변경 서류도 있었고, FBI 관련 서류는 한국으로 받는 과정에서 반송될 뻔하기까지 했다.
내 이름으로 계약한 월세집에 남자친구가 함께 살고 있다는 거주 관련 서류도 준비했다. 번역서도 챙겼다.
그렇게 모은 것들을 가지고 인천 쪽 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갔다. 서류를 준비할 때는 일단 다 챙겨서 접수하러 가는 날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는 길도 편하지는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보니 주변에 큰 도로가 있었고, 내가 익숙하게 다니던 동네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에는 ‘여기까지 와야 하는구나’ 싶었다.
예약했으니까 금방 될 줄 알았다
우리는 예약을 하고 갔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정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예약 시간에 맞춰 왔다고 바로 차례가 되는 게 아니었다.
기억으로는 오후 3시쯤 예약이었는데, 실제로 일을 본 건 5시 가까이 됐던 것 같다. 정확한 시각은 가물가물하지만 예약하고도 한참 기다렸다는 건 분명히 기억난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주변 시설도 눈에 들어왔다. 내가 가봤던 다른 한국 공공기관과 비교하면 낡게 느껴졌다. 화장실이나 정수기 같은 것도 기대했던 모습과 달랐다. 물론 내가 방문했던 당시 그곳에서 받은 인상이다.
한국 사람이 나 혼자 처리할 일이면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지 알아봤을 것 같은데, 이날은 남자친구의 체류 관련 업무를 보러 온 거였다. 준비한 서류를 접수하려면 일단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오는 데도 시간이 들었고, 와서도 기다리니 점점 지쳤다.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접수하러 가기만 하면 큰일 하나가 끝날 것 같았는데, 그날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갔다.
그런데 접수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드디어 차례가 왔고 준비한 서류를 제출했다.
그런데 막상 접수하는 과정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간단했다. 서류를 확인하고 진행하는 시간이, 우리가 준비하고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짧게 느껴졌다.
오래전 한국 기록부터 미국 서류까지 이것저것 챙겨 왔으니, 나는 하나씩 자세하게 설명할 일이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걱정했던 것처럼 복잡한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서류를 대충 봤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다만 신청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렇게 준비해서 왔는데 접수는 벌써 끝난 건가?’ 싶을 정도였다.
접수를 마치고 확인 서류를 받았다. 거주증은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걸릴 거라는 안내도 들었다.
그제야 이제는 기다리면 되는 단계까지 왔구나 싶었다. 그전에는 우리가 찾아보고, 연락하고, 발급받고, 챙겨야 할 것이 계속 있었으니까.
한 달 반쯤 지나서 거주증을 받았다
실제로 거주증을 받기까지는 한 달 반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내받았던 기간과 비슷했다. 이건 우리 신청 당시의 경험이고, 다른 신청도 같은 기간이 걸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처음 F-4를 알아볼 때는 남자친구가 자기 한국 주민등록번호도 모르는데 준비가 제대로 될까 걱정했다. 그런데 부모님께 물어보고, 서류를 찾고, 미국에서 필요한 것까지 받아서 결국 거주증을 받았다.
준비할 때는 하나하나가 귀찮고 복잡했는데, 실제로 결과물을 받으니 그동안 했던 일이 끝난 느낌이 들었다.
다만 그건 체류를 위한 준비가 한 단계 정리됐다는 뜻이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전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다음으로는 남자친구 이름의 휴대폰 번호를 만들려고 했다. 거주증도 받았으니 이제 이런 일은 좀 수월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휴대폰을 만들려니 본인인증이 필요했고, 본인인증을 하려니 휴대폰이 필요했다. 서류를 들고 출입국까지 다녀온 뒤에, 이번에는 은행과 통신사를 오가게 됐다.